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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아, 지구의 이웃이었다 | 45억년 전 거대충돌로 달 탄생한 비밀

by 칼퇴리 2025.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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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아, 지구의 이웃이었다 | 45억년 전 거대충돌로 달 탄생한 비밀

어릴 적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환한 달을 볼 때마다 저는 저 달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궁금해하곤 했습니다. 때로는 달에 사는 토끼를 상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막연히 지구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했죠. 그런데, 45억 년 전 아직 뜨거운 용암으로 뒤덮여 있던 원시 지구에 화성 크기의 거대한 천체가 충돌하여 지금의 달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경이로움이란!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곤 합니다. 이 격렬한 충돌은 두 행성을 산산조각 냈고,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간 파편들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달을 만들었다는 '거대충돌 가설'은 현대 행성과학에서 달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지구와 충돌한 이 원시행성,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셀레네의 어머니이자 티탄족인 '테이아(Theia)'가 태양계 어디에서 왔는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과연 테이아는 우리에게 아주 먼 이방인이었을까요, 아니면 뜻밖에도 가까운 이웃이었을까요?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태양계연구소(MPS) 연구진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은 이 질문에 대한 놀라운 답을 제시합니다. 그들은 테이아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지구와 태양 사이 어딘가에서 형성된 가까운 '이웃'이었다는 증거를 밝혀냈습니다. 지구, 달, 그리고 근지구 운석의 원소 조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테이아가 지구와 거의 동일한 화학적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밝혀낸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달의 탄생 과정뿐 아니라 초기 태양계의 역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어, 저처럼 우주 이야기에 매료된 사람들에게는 정말 흥미로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대충돌 가설: 달 탄생의 비밀

달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오랜 시간 말 그대로 과학적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초기에는 달이 지구로부터 분리되어 나왔다는 '분리설', 즉 지구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는 가설이 유력했지만, 이는 달의 궤도나 각운동량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지구 중력에 포획되었다는 '포획설', 그리고 달이 지구와 함께 형성되었다는 '동시생성설' 등이 제안되었죠. 하지만 이들 가설은 달의 궤도 특성, 화학 조성, 각운동량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현재 과학계에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1970년대에 제안된 '거대충돌 가설(Giant Impact Hypothesis)'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약 45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던 초기에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이 젊은 지구와 충돌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시 지구는 아직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뜨거운 용융철과 규산염 덩어리였습니다. 이 격렬한 충돌로 두 천체의 맨틀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갔고, 이 파편들이 지구 궤도를 돌면서 중력에 의해 뭉쳐져 달을 형성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우주의 역사는 상상 이상의 드라마를 품고 있다는 생각에 저는 전율을 느끼곤 합니다.

충돌의 주인공인 이 가상의 원시행성은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셀레네의 어머니이자 티탄족인 테이아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테이아는 충돌로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그 파편 일부는 초기 지구와 융합되어 우리 발밑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거대충돌 가설은 달의 낮은 밀도, 작은 철핵, 그리고 지구와 유사한 산소 동위원소 비율 등을 잘 설명해주기에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이아가 태양계 어디에서 형성되었는지, 정확히 어떤 충돌 시나리오가 현재의 지구-달 시스템을 만들었는지는 여전히 학계의 활발한 논쟁거리였습니다.

동위원소라는 '지문': 행성의 출생 증명서

과학자들은 종종 사건의 '흔적'을 추적하기 위해 놀라운 방법을 사용합니다. 행성과학자들도 천체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 '동위원소(isotopes)' 분석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씁니다. 동위원소란 같은 원소이지만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원자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수소는 양성자 1개만 가진 기본형 외에도, 중성자 1개가 추가된 중수소(deuterium), 중성자 2개가 추가된 삼중수소(tritium)가 존재하죠. 이러한 동위원소들의 상대적 비율은 천체가 형성될 당시의 물리·화학적 환경을 반영하는 독특한 '화학 지문'이 됩니다.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각 천체마다 고유한 화학적 이력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태양계 초기, 원시행성들은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서로 다른 온도와 화학 조성을 가진 먼지와 가스 구름에서 형성되었습니다. 따라서 형성 위치가 다르면 동위원소 구성도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2016년 한 연구(Young et al. 2016)에서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사실상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많은 과학자들이 의외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테이아가 태양계의 먼 곳에서 형성되어 지구와 충돌했다면, 달에는 테이아 물질이 섞여 지구와 다른 동위원소 신호가 남아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MPS의 지구화학자 티모 호프(Timo Hopp)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의문을 더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 더 정밀한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그들은 지구, 달 샘플, 그리고 근지구 궤도의 운석들에 포함된 철과 기타 금속 원소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했죠. 연구팀이 가장 놀란 것은 근지구 운석들의 동위원소 조성이었다고 합니다. 이들 운석은 "지구 및 달과 비교해 뚜렷하게 다른 철 동위원소 조성"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지구와 달이 하나의 동위원소 세트로 만들어진 반면, 가까운 우주 공간의 운석들은 다른 세트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테이아의 기원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테이아는 지구의 화학적 쌍둥이였다

호프 연구팀의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만약 테이아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형성되었다면, 다른 '원료 저장고'에서 물질을 끌어와 독특한 화학 조성을 가졌을 것이고, 이 신호가 달 샘플에도 남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구와 달이 화학적으로 거의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은, 테이아가 지구와 동일한 동위원소 '빌딩 블록'으로 만들어졌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테이아는 최소한 지구와 바로 근접한 위치에서, 아마도 지구와 태양 사이 어딘가에서 형성된 '화학적 쌍둥이'였던 셈입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우리 지구의 역사가 이토록 드라마틱한 우주의 서사였다니, 저는 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 발견은 초기 태양계의 행성 형성 과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심화시켜줍니다. 태양계 형성 초기, 원시행성계 원반에서는 먼지 입자들이 충돌하며 점점 큰 천체로 성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같은 궤도 영역에 있던 물질들은 비슷한 화학 조성을 가지게 됩니다. 테이아와 지구가 인접한 위치에서 형성되었다면, 둘 다 같은 국지적 '재료 창고'에서 물질을 공급받았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반면 근지구 운석들이 다른 동위원소 신호를 보이는 것은, 이들이 더 먼 거리에서 형성된 소행성대나 다른 영역에서 왔음을 시사합니다. 호프는 "근지구 운석들이 지구 및 달과 상대적으로 뚜렷이 다른 철 동위원소 조성을 가진다"는 사실이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태양계 내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동위원소 조성의 '구분선'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초기 태양계 물질의 분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했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번 연구는 또한 거대충돌이 두 천체의 물질을 얼마나 완전히 섞었는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호프 팀은 충돌이 초기 지구와 테이아의 물질을 "완전히 균질화"시켰다고 가정했지만, 이러한 완벽한 혼합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즉, 실제 메커니즘과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시뮬레이션과 모델링을 통한 추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과학이 이렇게 하나의 답을 찾으면 열 개의 새로운 질문이 생겨나는 과정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서 있는 이 행성과 밤하늘을 비추는 달이, 45억 년 전 태양 가까이에서 태어난 두 천체의 격렬한 만남으로 탄생했다는 장대한 이야기의 한 장을 더하며 테이아의 기원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지만, 초기 태양계와 달 형성에 관한 모든 의문을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과학계에서는 거대충돌의 세부 시나리오에 대해 여전히 활발한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이것이 바로 과학의 아름다운 점이자, 동시에 우리가 끊임없이 탐구해야 할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2025년 1월 16일, 괴팅겐대학교(University of Göttingen)와 막스플랑크 태양계연구소(MPS) 공동 연구팀이 PNAS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들은 달이 주로 지구 맨틀에서 튕겨나온 물질로 형성되었고, 테이아의 기여는 적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연구 책임자 안드레아스 팩 교수는 "한 가지 더 가능한 가설은 테이아가 이전 충돌들에서 암석 맨틀을 잃고 금속 핵만 남아 '금속 포탄처럼' 초기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테이아는 현재 지구 핵의 일부가 되었고, 달은 지구 맨틀에서 튕겨나온 물질로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현상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과학이 살아 숨 쉬는 이유가 아닐까요?

다른 연구들은 서로 다른 달 샘플을 분석하여 테이아가 지구 너머에서 기원했다는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부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달이 충돌 직후 '거의 즉시' 형성될 수 있었음을 예측하고 있고요. 사실 이러한 상반된 결과들은 과학적 방법론의 차이, 분석한 샘플의 종류, 그리고 사용한 모델의 가정에서 비롯됩니다. 달 샘플은 아폴로 미션에서 채취한 제한된 지역의 암석에 의존하므로, 달 전체를 대표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충돌의 각도, 속도, 두 천체의 정확한 질량비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호프가 지적했듯이, 가장 큰 미해결 과제는 충돌이 어떻게 두 천체의 물질을 완벽하게 섞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고온·고압 충돌 조건에서 맨틀 물질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얼마나 빠르게 혼합되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지구와 달이 동일한 동위원소 신호를 가질 수 있는지는 복잡한 유체역학 및 열역학 시뮬레이션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차세대 슈퍼컴퓨터와 개선된 충돌 모델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할 과제이며, 저는 이런 미래의 발견들이 또 어떤 놀라움을 가져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글을 마치며

45억 년 전, 작은 원시행성이었던 테이아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없었다면 지금의 아름다운 달도, 그리고 어쩌면 생명으로 가득 찬 지구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테이아가 단순한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 지구의 '화학적 쌍둥이'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내며, 우리가 우주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과학은 단 하나의 정답을 맹목적으로 쫓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가설과 증명, 그리고 때로는 상반되는 결과들을 통해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과정임을 저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여전히 많은 미스터리가 남아 있지만, 인류의 끊임없는 탐구 정신 덕분에 우리는 이 장대한 우주의 서사를 계속해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발견들이 또 어떤 새로운 '지문'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그 이야기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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